슬비야, 고마워!
(부제; 슬비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서소향
그리워하는 것 들!
보고 싶어 하는 것 들!
내리는 빗줄기 속에 필름처럼 숨었다가.
다시 보고 싶은 것들의 잊혀지는 영상들!
예전에 보암직한,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
그 셋이 모여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의 앙상블!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함께 하고파,
이 처럼 깊은 밤에 이슬비가 되었다!
하루살이의 내일을 모르던 그때처럼,
굵은 빗줄기는 그렇게 작은 이슬비가 될 줄을 알았을까?
꽤 오랫동안 너를 잊고 지낸 시간들이,
내게는 매일의 아픔을 견디는 하루였는데,
차라리 내일을 모르던 하루살이의 그 때가 나았던 것 같아!
지금도 떨어지는 풍경을 스친 이슬비가,
그 풍경 소리를 잠재우고 내리듯이,
아련한 추억을 감싸 안고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그 때의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
그 셋이 모여 있던 그 무대를 적시던 슬비는.
아릿한 선율과 회상의 멜로디를 감싸 안으며 노래했겠지?
나도 요즘은 너희들의 그 앙상블과 같이,
새로운 사람들,
하고 싶은 음악,
그리고 함께 하고픈 그 앙상블의 감동을 즐기고 있어.
그리워하는 것들의 애틋함을 감싸 안고,
보고 싶어 하는 것들은 풍경소리 잠재우듯 감싸 안고,
흐느낌 없이,
소리 없이 살며시 내게 다가오는 이슬비 네가 좋다.
그 동안에도 많은 시간들 속에 네가 왔었지만,
하루살이의 생애는 너를 볼 시간이 없었단다.
지금은 그 하루를 넘어 살고픈 욕망에,
너의 내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슬비야!
고마워!
20170710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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