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에 내린 이슬비(10번째 편지)
서소향
마음은 그 날의 슬픔을 기억하는데,
머리는 자꾸만 잊어버린다.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할 기억 속에 아파하는데,
머리는 그 기억들을 잊어버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아이들의 이름은,
김성현, 박현섭, 정윤석, 한세영, 이장환, 안중근, 오영석,
임세희, 오경미, 심숙자, 윤춘연, 박새도, 이영숙, 권혁규,
김빛나라, 김민희, 박성호, 박예슬, 전현우 등등등......
머리도 그 수를 알고 있는데 마음은 모질게도 잊으려 한다.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것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날의 하늘은 그토록 많이도 울부짖었는데,
비바람의 통곡 소리던가?
아이들의 부르짖음인가?
그 아이들을 찾고 있는 엄마 아빠는 목이 너무도 아파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데,
눈물 머금은 구름은 세찬 비바람을 흩뿌리고,
아이들의 잠들은 그곳에도,
엄마 아빠의 손길처럼 거치게 파도를 헤쳐 봤을까?
슬비야!
다음날 저녁에 네가 왔을 때에야 나는 그 아이들이 생각났어.
마음속에서도 기억하지 못했고,
머릿속에서도 기억하지 못했어.
그저 현실의 생활 속에서 남의 탓만 하다 보니,
미안하단 생각조차 하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야.
아마도 나대신 네가 보슬비와 함께 갔었겠지?
포근하게 아픔을 안아 주고,
촉촉하게 그 슬픔에 스며들고,
목 놓아 울고 있던 엄마 아빠, 그리고 많은 친구들에게
하늘의 눈물을 내려줬겠지?
이슬비야!
그 기억식에서 보았던 많은 이들의 아픈 가슴 속에 내려라.
아픔을 대신 하진 못해도,
슬픔을 함께 하진 못해도,
마음속에서도, 머릿속에서도 잊혀지지 않게......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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