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서 소향
너에게 편지를 쓴지도 몇 해가 지난 것 같다.
그동안 잘 있었지?
내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어.
신앙을 잃어버린 것과, 세상에 버려져 갈 곳을 모르고 헤매던 마음!
찾아 줄 이, 그리울 이 없는 그 순간에 많은 것을 놓아 버렸어.
그 동안에도 너는 내게 변함없이 왔었는데도,
닫혀 있는 창문에 검은 커튼이 쳐져있어서 널 보지 못했어. 미안해!
어렴풋한 기억에 널 위한 나의 사랑이 항상 내 마음에 있었는데,
2년 전 그 겨울의 문턱에서 마음의 한 방이 무너져 내려,
다시는 너와 사랑하는 그 외의 모든 것이 그 방에서 사라져 버렸어.
그 후에 너를 찾아 온 산을 헤매며 그리워했지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마음의 허탈함을 달랠 길이 없었어.
지난겨울, 그 매섭던 칼바람에도 벼랑 끝의 바위에 앉아,
내게 오는 너를 기다려야 했고,
그 지난여름에도 이제나 저제나 내게 오는 너를 기다렸어도,
내 눈 속에 너를 들이지 못했어.
때로는 너의 친구 보슬이가 너의 소식을 전했는데도,
무너진 그 방에서 나는 그냥 앉아만 있었어.
이제는 더 이상 무너질 방도 없어 회복의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널 기다리는 만큼 내게는 절실해!
나를 버린 하늘과 나를 버린 목자!
그리고 세상에서 나의 설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에게 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지금은 너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만큼 세상에서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어!
내게는 절망이라는 허탈함과 외로움이라는 허무를 떨치고,
많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대화를 하고 그 방을 다시 세우고 싶어.
지금은 따사로운 봄의 계절, 이 4월의 바람에도 왠지 추위를 느끼는 건,
허물어진 벽의 그 공간으로 따뜻한 햇살은 비취는데,
무너진 마음의 폐허에서 녹지 않는 삶에 대한 얼음이 녹아내리지 않고 있어.
이제는 그 무너진 방으로 비취는 햇살의 따사로운 바람과,
뿌리에서부터 일어나는 생명의 신록에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화사한 꽃에서 향기를 내고,
내 마음의 얼었던 기억의 저편에서 회복되어지게 이제 그 봄을 놓아줘!
창문에 드리웠던 그 검은 커튼을 떼어 내고,
두 발을 딛고 세상을 향해 일어서는 나에게 이슬비,
너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게 그 봄을 놓아줘!
먼 산의 끝에서 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그리움을 닮은 너의 모습을,
다시는 모르는 체 하지 않을게.
마지막 남은 낙엽의 그 손으로 너의 촉촉한 물기를 적셔주고,
너의 내리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 잎을 돋우어,
뿌리에서부터 일어나는 사랑의 씨앗에 너의 사랑을 심어줘!
네가 내리는 그 날의 세상에는,
희망을 품고 기지개를 켜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눈에 촉촉하게 적셔줘!
나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바라보게 하고,
너를 기다리도록 그 방을 회복하게 도와준 너의 친구 보슬비에게도 안부 전해줘!
네가 다시 내게 내리는 그 날에 나는 노래를 부를게.
그 봄을 놓아 줘서 고맙다고......
안녕! 또 편지할게!
2012.4.8.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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