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손끝에서 가버린 바람은 흩어지기만 하고,
아련히 가기만하는데,
너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 흐느낀다.
가지말라고...
자꾸만 부딛쳐오고,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뻥 뚫린 가슴으로 몰아만 간다.
너에게 나는 추억일까, 아픔일까?
지난봄의 작은 바람이 아지랑이가 되고,
초록이 뜨거워지며 무더위가 왔는데도,
차거워지는 마음은 추억 때문일까, 아픔 때문일까?
서로 서로 다가 올 가을에는 그 가지에서 함께 하자고 다짐하면서,
서로가 살아온 삶을 늘어놓는다.
나는 행복했어!
나는 아프기 싫은데 아파하고,
나는 비워지는 마음에 채울 것을 찾지 못하고,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았지.
일어서야지!
다리가 힘들어도 앞으로 가고,
가슴이 저려와도 감싸며 가고,
마음이 허전해도 원하는 것으로 채워지길 바래!
달팽이는 느려도 제 길을 가고,
토끼에서 마음 상한 거북이도 제 길을 가듯이,
우리에게는 가야할 길이 있기에,
손끝에서 가버린 바람이 살며시 곁을 스친다.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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