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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와 글빛! (예쁜 걸 배워서...)

세월호 아이들에게!(부제:슬비에게8)

by 서소향 2014. 8. 8.



세월호 아이들에게....

(부제: 슬비에게 보내는 여덟번 째 편지!)

                                        서소향

 

어젯 밤엔 네가 왔었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자서 미안해!

오랜만에 왔었을 너의 맘을 모르고 잠만 잤으니....

그래도 새벽녘에는 너무도 반가웠어!

너의 체취가 내 곁에 남아 나를 그리움으로 데려갔어.

항상 지나고 나면 네가 생각이 나.

 

일렁이는 대지의 아지랑이 때에도 왔다 가고,

폭우 속, 그 힘든 여정 후에도 왔다 가고,

두 눈을 감은 나의 영상에도 소리없이 왔다 갔었던 너에게 항상 고마워!

 

거센 눈보라, 세찬 비 바람.

우리에게 가야 할 길에 항상 많이 있었잖아?

비 온 후에 대지가 굳건해 지고,

눈 녹으면 신록의 새싹이 기지개를 켜고,

그 힘든 역경을 헤치는 나의 발 길에도 힘이 돋고,

아침에 뜨는 태양이 항상 그 자리에서 떠 오르듯,

넌 언제나 나의 가슴에서 떠오르고 있어.

 

널 만난 이 후로 나에게는 조금씩 여명이 있어.

깊은 밤은 새벽이 다가 옮을 알 듯이,

깊은 상처는 새 살이 돋을 고난 일 뿐인게야.

내가 살아 가야 할 인생의 여정 속에,

나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서 가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기력이 돋아 두 발로 땅을 디딛는 가슴 속엔.

얼마 전의 그 아이들이 떠 올라!

눈으로는 보았고 귀로는 들었는데 가슴에선 모르고 있더구나.

그 아이들의 하는 말을 들려 줄께!

 

차가운 바닷 속,

어두운 그림자!

간간히 들어 오는 햇살의 따사로움!

돌아 가고 싶어도 돌아 갈 수 없는 발 길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창문을 두드리며 그리운 얼굴을 찾을 때,

지나가는 물고기들의 눈 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가에서 흔드는 손수건도 보이지 않고,

목 놓아 부르는 자신의 이름도 파도 속에 묻히고,

돌아 가야 할 집과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서 울고 싶은데.

우리들의 눈 속엔 눈물이 없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보고 싶은 친구들의 눈물이 보이는데,

우리들의 눈 속엔 흐르는 눈물 대신 차가운 바닷물이 스쳐 간다.

 

창문 밖의 해류 속에 물고기들이 보이는데 너희 들도 눈물이 없구나?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너희들이 밉다.

자기 친구 아니라고 웃으며 떠드는 너희들이 밉다.

남은 우리들한테 잘해 준다고 해 놓고서,

자기들끼리 웃으며 놀고 있는 너희들이 밉다.

우리 엄마 아빠의 눈 속에 우리들을 보내 줘!

우리 엄마 아빠가 그 아픔을 이길 눈물이 되려고 해.

그리고 우리들의 엄마 아빠의 품 속에서 꿀 잠을 잘거야!

여기는 너무 추워!

그리고 너무도 어두워!

지나가는 물고기들의 눈 속에는 눈물이 없어.

나도 휩쓸린 파도 속에 내 눈물 샘이 떠내려 갔어!

 

슬비야!

어떤 때는 내 옷을 적시는 네가 미울 때도 있고,

다른 친구들을 불러 와서 많은 아픔을 주는 네가 미울 때도 있어.

지금도 그 아이들의 위에서 아픔의 물장구를 치고 있는 네 친구들이 싫어!

이슬비, 가랑비, 안개비는 좋은데 큰 바람과 폭우는 네 친구가 아니지?

그들한테 이제는 다른 곳에서 놀라고 해줘!

 

어제는 여기의 바람도 가을의 그 너머로 갔는데 그 애들한테 전해 줘.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또 편지할께!

 

                    2014.8.8 입추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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